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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비타민 D 이야기

새해 첫 월요일에 갑자기 한파가 몰려와 아침에 월요등산을 취소하고, 오후에 이웃 몇 부부가 집 가까운 공원을 걸었다. 걸으며 비타민 D가 코로나 감염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신문 기사이야기도 나오고, 겨울철 햇빛을 적게 받아 비타민 D가 결핍될 가능성도 이야기했다. 같이 걷는 김 장로님이 비타민 D 보충을 위해 알약을 먹는다고 했다. 나도 비타민 D 알약 한 알을 매일 먹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약은 안 먹는 내가 유독 비타민 D 만 먹게 된 과정도 이야기 했다.    매년 하는 건강검진 결과 보고서에 비타민 D 가 부족하다고 적혀있었다. 은퇴하기 전 내가 아직도 70대 초반이었다. 건강검진 받은 때가 오하이오 북쪽 겨울철이기에 야외활동을 덜해 햇빛을 많이 못 받아서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견을 친구이기도 한 가정의와 나누었다. 그 해 여름 골프도 치고 마당의 풀도 깎으며 야외활동을 많이 하며 햇빛도 많이 받을 때 다시 피검사를 했다. 여전히 비타민 D 부족이라고 결과가 나왔다. 햇빛에 매일 20분만 노출 되도 저절로 생긴다는 비타민 D가 여름내 야외 활동 하는 나에게 어떻게 부족하지? 이것도 늙어 가는 과정인가?   가정의의 충고대로 약방에서 산 비타민 D 알약 한 알씩 아침마다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 한잔을 마시는데 알약을 넣고 잘 저어서 마셨다. 그 후, 건강 검진 보고서에서 비타민 D 부족이란 말이 없어졌다. 은퇴하고 이사 와서 건강 검진 받은 결과도 비타민 D 가 정상 범위로 나왔다. 그래서 계속 비타민 D를 먹는다. “다른 약은 먹는 거 없어요?” 검진 받을 때 그런 질문 많이 받았다. 없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도 있다. ‘아침에 마시는 차의 뜨거운 물 속에 비타민 필을 넣으면 비타민이 파괴되지 않을까요?’ 하고 묻는 분도 있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피검사에서 비타민 D 가 부족하지 않고 정상이라고 하니 나는 하던 대로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늙은 사람들에게 비타민 D가 부족하다고 한다. 늙어질수록 젊었을 때보다 실외 활동, 특히 겨울 철에는 더 실외 활동이 줄어들어 햇빛에 노출이 적어지는 노인에게 비타민 D 가 부족하다. 햇빛에 많은 노출은 피부암을 만든다는 상식 덕에 짧은 노출 시에도 햇빛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비타민 D 부족을 돕는다고 한다. 근육활동량도 젊어서보다 줄어들어 골 밀도를 유지 하려면 비타민D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비타민 D는 뼈를 만드는 칼슘을 대장과 콩팥에서 흡수하는데 도움이 되고, 흡수된 칼슘을 운반하여 뼈대가 크게 유지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비타민 D가 부족한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도 잘되고 병에 걸리면 치사율도 높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요즈음 비타민 D에 관한 관심이 높아 졌다. 비타민 D가 면역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는 전부터 잘 알려졌다.     특히 노년층에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균형감각이 약해지고, 면역체계가 약화하여 암이나 다른 병에 걸리기 쉽게 만들고, 계절적인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체중 감량도 어렵게 된다고 한다.     비타민 D가 많은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찾아 보았다. 표고 버섯과 양송이 버섯 등 식물에 있고, 고등어, 연어, 청어, 정어리, 대구 등 물고기류와, 달걀에도 있다고 한다. 비타민 D가 필요하다고 과다 복용하면 칼슘이 과도하게 흡수되어 결석 증이나 석화화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한다.     내가 몇 년째 먹는 비타민 D 알약은, 투명한 유리로 만든 것 같은 작은 콩알 만 한 캡슐인데 한 개씩 아침에 뜨거운 차에 타서 휘저어 녹이면 기름방울이 물위에 뜬다. 작은 콩알만 한 알약 650개가 주먹만한 플라스틱 병에 들었다. 내가 먹는 용량이 과학적으로 내가 필요한 만큼인지 아닌지를 전문가나 의사와 의논한 적이 없기에 하루 적정 양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살며 배우며 비타민 이야기 비타민 d 신문 기사이야기 겨울철 햇빛

2022-01-14

[살며 배우며] 올해의 소망

올해에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고 노력하여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작년엔 무슨 신년 계획을 세웠나 일기장을 찾아보았다. 작년의 소망 중엔 다 이루지 못하고 계속되는 부분이 많다. 작년의 소망을 수정하여 금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만들어 보았다.   소망 중에 바라는 것은 내 의도와 노력의 영향이 아닌 나보다 큰 질서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들이 많고, 내가 노력해서 이루려는 부분도 있다. 금년에도 가족들이 건강하고, 각자 하는 일이 뜻대로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들의 행복이 나의 감사로 이어질 뿐이다. 온 인류가 코로나 팬데믹에서 해방되고 면역력을 얻어 더 건강한 새해가 되길 바란다. 한인 사회의 활력이 빨리 회복되길 기원하고 젊은이들이 정상적인 활기찬 세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조국이 더 잘사는 나라, 평화로운 나라가 되길 소망 한다.     새해에 내가 노력을 기우려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내 몸의 건강은 내가 챙겨야 한다. 늙어가는 몸에 맞는 건강생활을 위해 내가 노력해야 한다. 둘째는 내 정신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잘못된 버릇을 고치고, 의식의 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일들이다. 그것은 한번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집중하고 노력해야 고쳐지고 이룩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첫째, 늙어가며 몸의 건강을 위해서 금년에도 내가 할 일은 적어보자.     1.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버릇을 그대로 이어가자. 그런 버릇은 내가 살아온 과거의 습관이기에 은퇴하고도 계속하기가 어렵지 않다.     2. 건강식사를 하되 소식으로 계속하자. 늙어가면서 육체노동을 적게 하니 열량 많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자. 대신 건강과 면역력을 높이는 필수 비타민과 미너랄이 풍부한 건강식을 하자. 그런 차원에서 블로콜리 비빔 오트밀 아침 식사도 계속하자.   3. ‘Use it, or lose it’ 라는 속담처럼, 늙어질수록 근육은 안 쓰면 빠르게 없어지니, 근육운동을 정기적으로 지속하자. 아침에 일어나 하는 스트레칭, 월요 등산과 공원 걷기, 골프, 탁구, 체육관에 가서 근육 운동을 하는 일을 계속하되 너무 과격하겐 하지 말자.   둘째, 정신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나쁜 버릇을 고치고 내 의식의 진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자. 내게 알려진 나의 나쁜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하자. 내가 아직 모르는 나의 부족함과 나쁜 버릇도 찾아보고, 고치도록 노력하자.       1. 웃으며 감사하며 살도록 노력하자. 고생하며 자라던 시절 생긴 찌들고 찡그리는 버릇, 화를 잘 내는 버릇을 계속해서 고치도록 노력하자. 지금 돌아보는 여유 속에, 감사와 은혜도 보이니, 감사와 은혜를 찾아 가슴속을 데워 그 온기가, 옛 찌그러지고 경직된 표정을 바꾸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웃도록 노력하자. 가짜 웃음이 안되도록, 감사와 은혜를 찾아,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얼굴표정을 감사와 웃음으로 만들자.     2.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계속하자. 데이비드 호킨스 정신과 의사는, 수용 단계(Acceptance level), 세상을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단계를 거쳐야만 사랑과 기쁨의 단계로 진화 한다고 그의 책 Power vs Force 에서 말한다. 있는 그대로 자연에서 배우자.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도록 노력하자. 그들의 입장에 서 보면 그들의 생각과 판단이 맞을 수 있다. 나 자신도 과거에 있었던 그대로, 그리고 현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남에게 노출될까 봐 내 속에 숨겨둔 비열하고 추한 비밀들과 죄악들을 내 자신이 찾아가서 사실대로 인정하고 있었던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자. 가짜로 꾸민 내가 아닌 진실한 나를 내가 받아들이는 작업을 계속하자. 나만 아는 죄를 가지고도, 결점과 약함을 가지고서도 지상에 존재하는 위대한 세상의 한 부분이며 이웃이며 국민인 것을 감사하자. 남을 함부로 비평, 가르치고, 내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나와 이웃들이 모두 신성한 존재로 생각하고 느껴지도록 노력하자.       3. 오랜 동안 써온 일기를 계속 쓰자.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한 일들을 찾아보자. 은혜를 찾아 감사하자. 새해소망으로 작정된 일들의 진행과정도 매일 찾아보며 개선하자. 나누고 싶은 일은 글로 쓰는 연습에 도전하여 좋은 글을 써서 신문에 올려 나누도록 노력하자.  살며 배우며 소망 오하이오 정신과 마음 대신 건강 가짜 웃음

2022-01-07

[살며 배우며] 2년 만에 만난 가족

“작년에도 못 만났고 금년엔 만나보고 싶은데, 너네 사정은 어때?” 뉴저지에 사는 큰 아들에게 전화로 물었다. 오라고 했다. 캘리포니아 사는 작은 아들도 일주일 휴가를 내서 형 집에 갈수 있다고 했다. 모이기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여부 검사 받는 게 좋다고, 무균 검사는 72 시간 효과 있으니 여행 3일 전에 검사 받으라는 말도 나왔다. 비행기 표는 이 메일로 보낸다고 했다.     카운티에서 하는 5 검역장소 중 집 가까운 검사 장소에서 코로나 감염여부 검사를 받았다. 24시간 안에 결과를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했다. 무 감염으로 내 것은 왔는데, 아내 것은 안 와 검역 국에 찾아가서 알아봤더니 무 감염으로 나왔다. “애들한테 균을 옮겨줄 수는 없잖아, 결과를 알아봐서 감염되었다면 가는 것을 포기 해야지.” 하던 아내도 안심 하고 우린 비행기로 아들네 집에 왔다.     뉴저지 뉴악 비행장에 며느리가 마중 나왔다. 50대초반인 며느리는 젊어 보이고 몸매도 유연해 보였다. 며느리를 통해, 유팬 병원을 비롯한 큰 대학 병원들이 인구밀도가 높은 뉴저지 도시에 암 방사선치료 병원을 늘려, 병원들 간에 경쟁 때문에, 큰 아들의 스트레스도 높다는 이야기, 큰 손녀는 대학 3학년이 되고 해군 간부후보생 훈련도 잘 받고 있다는 이야기, 작은 손녀는 대학 일학년 첫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다음날 집에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년만에 큰아들 집에 와서 큰 아들 내외, 작은 아들, 두 손녀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 처음 그들 한 사람씩 만날 때 사진을 찍었다. 장성한 두 아들이 어깨동무하고 찍은 스냎사진을 보니, 그들 어려서 찍은 사진이 떠올랐다.     몇 주 전, 집 침실 옷장 위에 전시된 두 아들 사진, 큰애가 11살 작은애가 4살 때 찍은 사진 색깔이 누렇게 바래진걸 사진관에 가서 재생하게 했다. 그 사진을 보면, 내가 미국 와서 공부하고 직장에 적응이 어렵고 힘들어도 그들이 있기에 참고 용기가 났고, 기회의 땅에서 그들이 잘되기를 바라며 우리는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이, 그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 고마웠다. 40년 전의 그들 형제의 사진과, 장성하여 그들 삶의 정점에서 전문인으로 사회에 봉사하며 사는 두 형제가 어깨동무한 사진을 보니 너무 감사했다.     피넛, 14살이 된 테리어 종류의 몸집이 작은 개가 큰 아들네 가정을 다정하게 묶는 역할이 인상적이다. 가족들이 집에 올 때면 문 앞에서 짖고, 사람이 들어서면 달려가 꼬리치고 빙빙 돌고, 개를 안으니 얼굴을 막무가내로 햟았다. 대학으로 떠났다가 오랜만에 오는 손녀들에게는 필사적으로 반갑다며 짖고 꼬리치고 매달리고 햟았다. 소녀 시절 14년을 같이 자란 피넛, 개를 안은 손녀들의 얼굴을 햟으며 서로 반가워한다. 만나는 반가움을 진심으로 맹렬하게 환영하는 피넛이 가정을 정다운 곳으로 만드는 일등 공신 같다.     “개 수명이 16세라는데, 피넛이 14살이면 나만큼 늙었구나?” “대디 보다 더 늙었어요. 사람 100살에 비교하면 피넛은 87세가 넘어요.” “그렇구나, 피넛과 내가 같이 늙어 가는 구나.”     큰 아들과 그의 두 딸의 노래 소리도 인상적이다. 옛날 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처럼, 아들과 손녀들은 음식점이나 영화관 찾아가는 차 속에서 하모니가 완벽한 노래를 합창했다. 작은 손녀가 핸드폰에서 노래를 찾아 차 스피커에 연결하고 거기서 나오는 노래에 맞추어 두 손녀의 소프라노와 아들의 테너가 완전한 하모니를 이룬다. 전에 받은 성악 레슨과 기타레슨이 아마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들의 합창은 무료할 수도 있는 그들의 시간을 행복으로 바꾸는 단련된 비밀이요 이젠 익숙해진 일상의 행복 같다.     가족과 한 주간을 같이 보내며 그들이 탈없이 크는 것, 자기 일들을 알아서 하는 것, 전문직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며 사는 것,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모습이 너무 고맙다. 아들 둘이 우리 집에서 태어났을 땐, 나의 일부인 것 같았고, 잘 기르려고 노력했는데, 이제 장성한 그들을 보니, 그들은 우리 집에서 태어나 우리들로 하여금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쳤고, 사랑함으로 행복을 경험하게 한다. 우리의 덕이나 탓이 아니라, 그들 덕으로 우리까지 행복을 누리게 한다.       살며 배우며 가족 오하이오 아들네 가정 대학 병원들 코로나 감염여부

2021-12-30

[살며 배우며] 기적 같은 우연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란 나는, 치유되지 않은 상처에서 오는 증상들 중에 일부를 알았고, 나름으로 치유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처음에 스콭-팩의 책 The Road Less Traveled 를 읽을 때 끌리고 도움을 받는 느낌이었다. 몇 십 년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어 책 겉 뚜껑이 너덜거려 새 책을 살까 한다.      스콭-팩이 말하는 기적 같은 우연 (Miracle of Serendipity) 은 은혜라는 단원 아래 여러 토픽 중에 하나다. 기적 같은 우연, 누구나 다 경험하지만, 찾아보지 않으면 감사의 느낌이 없다고 한다. 그는 다음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환자 중에 지식으로 무장한 방어기제의 벽이 높아 상담이 어려운 여자가 있었다. 상담 중에 그 여자가 전 날 밤 꿈에 황금 풍뎅이를 선물로 받았다고 했다. 황금 풍뎅이를 말 할 때, 상담실 창문에서 소리가 났다. 안으로 들어 오려는 풍뎅이 날개 소리였다. 그가 창문을 열고 그 풍뎅이를 손으로 잡아보니 황금색이었다. 그 황금색 풍뎅이를 환자에게 주었다. 기적처럼, 황금풍뎅이가 그 환자의 방어기제의 벽을 허물어 치유로 인도했다.        스콭-팩이 The Road Less Traveled 을 집필 할 때, 한 대목에서 실마리를 잃고 방황했다. 엉뚱하고 예상 못한 한 친구의 부인이 책 한 권을 주었다. 달가워하지도 않고 귀찮게 여겼던 책에서, 잃었던 실마리를 찾아 책을 썼던 일도 기적 같은 우연의 은혜라고 한다.     나에게도 기대하지도 않은 기적 같은 은혜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와, 분명하다. 너무 많다. 기적처럼 우연히 찾아온 은혜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스콭-팩의 말이 맞다.     1972년 내가 공부하는 미국 대학에 한국에서 문교부 프로잭트의 자료 수집 차 두 분이 오셨다. 우연하게도 두 분은 나의 한국에서 석사과정 교수님들이었다. 한국의 은사님들이 다녀간 후에 주임교수님이 박사과정으로 들어가는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 미국에서 다시 석사학위 하지 않고 바로 박사과정을 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절차를 밟아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삼 년 만에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학위 마치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생각도 못 했는데, 같은 해에 박사과정을 마친 미국 친구가 작은 대학으로 가며 같은 대학에 내 분야 교수도 필요하다며 알아보라고 했다. 알아보니 오라고 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미국에 남아 있게 만든 계기였고, 예상 못한 도움이 나를 미국에서 교수생활 하고 은퇴하게 만들었다. 찾아보니 우연처럼 찾아온 다행한 일들이 많고도 많다.          아내에게 새벽에 잠이 깨어 침대에 누운 채 물어 보았다. 우연히 찾아온 은혜, 계획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좋은 일 생긴 경험 있냐고 물어 보았다. 많다고 하기에 한가지만 말해보라고 했다.      아내가 말한 기적 같은 행운은 캔자스에 이사 가서 집을 산 이야기였다. 내 직장이 캔자스로 옮겨지자, 전에 살던 집을 팔지 못한 상황에서 새집을 살 엄두도 못하고 동료 교수네 집에 임시로 살았다. 주인이 물던 모기지만 계속 물면 우리 집이 될 수 있는 좋은 집이 있다고, 페니가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의 볼링 팀 팀장 페니는 그녀의 남편 병원의 간호사에게서 그 비밀을 들었다고 했다.     알아보니, 영문학 교수였던 집주인이 교통사고로 죽자, 이혼 중이던 그의 아내가 집을 모기지 은행에 맡겨 포기했고, 은행에선 남은 모기지 물 사람이 나서면 타이틀 이전에 드는 비용만 받고 집을 주겠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소유권 이전에 드는 비용만 내니 멋진 벽돌집이 우리의 소유가 되었다. 은행에서 돌아오던 차 속에서 바라보던 해바라기 꽃들, 지평선을 가득 채운 해바라기 들판이 천국의 들판 같던 기억이 난다. 그리스 신전 입구처럼 하얀 기둥 둘이 집 출입문 앞에 선 이층벽돌 집, 그 집에서 우리 가족들은 행복했고 바라는 일들을 이루었다.      아내를 처음 만난 일, 아들들이 나의 아들로 태어난 일, 기적같이 찾아온 은혜는 우리 결혼생활 50여년 동안 너무나 많다. 은혜 하나를 찾아 감상 할 때마다 우리의 감정이 하나 더 감사로 따뜻해 진다. 독자들도 우연히 생긴 기적 같은 좋은 일들을 찾아보고, 감사하는 일들이 하나씩 늘어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살며 배우며 기적 오하이오 황금색 풍뎅이 황금 풍뎅이 모기지 은행

2021-12-17

[살며 배우며] 등산 동우회 '유맥'

월요일 8시 20분에 시작하여 레이니어 호수 주변 등산로를 걷고 나서, 맥도날드에 모인 동우회원들 28명은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여러 테이블에 나누어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여자들 쪽에서 웃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엔 다 모이지 않고 흩어져서 걷다가 이제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저렇게 만나서 수다를 떨며 웃으면 집에서 잔소리도 줄까?” “물론이지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치매예방, 우울증 예방, 집안에서의 짜증도 줄일 거야.” “우리 남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물론이지. 월요일 마다 만나고 걷고, 수다 떨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이야기가 남자들 테이블에서 나왔다. .     “우리 등산 팀 이름이 왜 〈유맥〉입니까?” 누가 초대 총장 장로님에게 물었다.     “걷고 나서 이 맥도날드에 와서 커피 마시며 서로 많이 배우잖아요. 카톡도 아는 사람에게 배우고, 보험 상당, 건강 상담, 의사 선생님들, 교수님들, 각분야 전문가들, 은퇴한 분들이 나누는 정보 속에 배울게 얼마나 많아? 배우는 곳이 대학이고, 장소가 맥도날드이니 University of McDonald를 짤게 유맥이라 부르게 된 거지. 그래서 회장을 총장이라 부르고.”     유맥이 생긴지가 몇 년이나 되었냐는 질문에 초대총장님의 이야기는 2007년 그가 은퇴하고 이곳에 와서부터 라고 했다. 유맥이란 이름이 붙은 년도는 그 후라고 했다. 나도 은퇴하고 이사 와서 2014년부터 월요일이면 등산에 참가했다. 여행 중이거나 중대한 일 외엔 꼭 참가했다. 물론 골프도 월요일은 피했다.     가족 경사를 유맥식구들과 나누며 식사를 제공하는 일도 많았다. 슈퍼 볼, 연말 연초 윷놀이를 초대 총장 댁에서 했다. 유맥식구들 숫자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30명이 넘으면 한집에 초청하긴 어려워지자, 회원을 30명으로 하자고 정했다. 기성회원 중에 빈 자리가 나면 새 회원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빈 자리를 기다리는 예비회원들도 있다.     “보세요, 유리 유맥 식구들 중에 10년 동안 아무도 죽은 사림이 없지요? 거기다 우리 유맥 식구들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도 없어요!” 김 장로님이 말했다. 모드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죽걸산’ 무슨 뜻일까요?” 김 장로님 유맥 카톡에 올렸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해답이 즉시 올라왔다. 장로님은 그 해석이 우리 유맥 정신과 일치한다고 토를 달았다. 나가오 가즈히로라는 일본 의사가 쓴 책, ‘병의 90%가 걷기만 해도 낫는다’가 요즘 인기 있다.   맥도날드에서 한인 노인들 말썽 기사가 대 도시 신문에 자주 난다. 한국 노인들이 모여 커피 한잔 시켜놓고 시간을 보내고, 장기바둑도 두어 다른 손님 앉을 자리가 없어 생긴 분란 기사도 있다. 가끔 노인들간에 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되고, 경찰이 오면 즉시 무산되고, 그런 사건은 반복된다는 기사도 있다.     유맥은 십 년 넘게 맥도날드에 모여도, 환영 받고 엑스트라 서비스를 받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우리가 오는 아침 시간엔 다른 고객들이 별로 없고, 우린 단체로 와서 매상을 올려주고, 손님들이 점심 먹으려 오기 시작하는 11시가 되면 가차없이 얼어서는 규칙 때문인 것 같다.     “한국 노인들이 모이면 싸운다는데, 우리는 싸우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건 우리 규칙 때문이야.” “우리 규칙이 뭔데?” “돈 많은 거, 가방 끈, 손자를 포함한 애들 이야기, 정치얘기, 종교얘기 하지 않기가 규칙이에요. 손자 자랑하면 손자 없는 사람 상처받잖아요. 정치얘기, 종교얘긴 서로 달라 다투게 되고.” 그런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정기적으로 부부가 같이 걷고, 사람들 이야기 듣고, 새롭고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유맥이 나는 좋다. 연말에는 초대 총장 댁에 모여 윷놀이도 하고, 슈퍼 볼도 다 같이 보며, 편을 짜서 내기를 거는 즐거움도 유맥식구들이 즐기는 행사 중에 하나이다.     단체 피크닉으로 멀리 가서 바비큐 하던 추억, 매년 단풍구경 여행, 물놀이 가서 래프팅 보트를 타고 계곡을 내려오며 물에 빠지고 물보라에 어린애들처럼 소리치던 기억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라인댄싱을 배운다고 한 장로님 댁에 모여 연습하여 교회 탤런트 쇼에 나갔던 일, 한 장로님 댁에 가끔 가서 점심대접을 받던 일들이 이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좋은 분들 고마운 분들과 친구가 되어 은퇴 후에 새 고향을 만들어가니 고맙고 감사하다.       살며 배우며 동우회 등산 동우회원들 28명 남자들 테이블 초대 총장

2021-12-11

[살며 배우며] 제 머리 제가 깎는 버릇

“내 머리 모양이 어때요?” 한 장로님이 말 했다. 그의 머리 모양은 스포티한 스타일에 정갈하게 잘 다듬어 졌고 염색도 되었다. 어는 이발관에 다니냐고 물었다. “내 전속 이발관” 하고 장로님이 말했다. 전속 이발관이 어디냐고 물으니, 집이라고, 부인이 자기 전속 이발사라고 했다.      월요 등산 팀 멤버들이 등산을 마치고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 늙어 가면서 머리 빠지는 이야기, 머리 깎는 이야기, 어느 이발관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 나는 내 머리를 내가 깎는데.” 내가 말 했다. “중도 제 머리 못 깎는다는데, 어떻게 자기머리를 자기가 깎아요?” “머리 깎는 비용이 얼마나 든다고 궁상맞게 이발관에 안가고 혼자 깎아요?” 의외 라는 반응, 측은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내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지만, 30대의 버릇도 여든까지 가네요.” 내가 변명했다.     나는 수시로 필요하면 머리를 내가 깎는다. 아침 세수할 때 거울에 비친 내 머리가 좀 길다 싶으면 가위로 긴 부분을 자르고, 필요하면 이발기를 꺼내 높이 조종하는 틀을 씌워 옆머리를 밀고, 뒷머리는 왼 손으로 긴 머리털을 잡아 오른손으로 가위질을 해서 자른다. 50년 동안 계속하니 익숙하다.   1971년, 미국 올 때 바리깡이라고 부르던 이발기와 이발 가위를 여행 가방 속에 넣어서 가져왔다. 가난뱅이가 미국 유학 올 때, 미국은 이발 값이 비싸니 자신의 머리를 자신이 깎으면 돈을 절약한다고 해서 준비해왔다. 궁하니 통했다. 자신의 머리를 깎았더니,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머리 깎는 일에 익숙해졌다. 머리에 멋을 내는 유행이 아니라, 그저 짧고 간편한 머리스타일이었다. 아내의 뒷머리 자르는 것도 가끔은 도왔다. 아이들이 집에서 자랄 동안 머리는 물론 내가 깎았다. 머리를 깎을수록 기술도 연마되었다. 한국에서 사온 바리깡은 전동 자동 이발기로 바뀌고, 머리 길이를 조종하는 틀이 있어 머리 높이를 편하게 조정할 수 있어 편리하다.     “내 머리가 병원에선 언제나 제일 깔끔해요. 내 전속 이발사인 마누라 덕분입니다.” 오하이오 살 때도 직업이 의사인 한 친구가 말했다. 그는 1960년대에 미국 이민 올 때 이발기를 가지고 왔고 부인이 전속 미용사라 했다. 머리 깎을 때면, 그가 벗고 욕탕에 들어가 앉아있으면 부인이 큰 대접을 머리에 덮고 대접 밖으로 나온 머리를 이발기로 깎은 후에 대접에 덮였던 부분은 가위로 잘라준다고 했다. 머리 깎은 후 청소 편하고 샤워하기 쉬워 욕탕에서 머리 깎는다고 했다.     “뒷머리 좀 잘라줘!” 아내는 뒷머리가 자라면 수시로 나에게 잘라 달라고 한다. 앞 부분과 옆머리는 자신이 다듬을 수 있지만 뒷머리는 가위로 자를 수 없어 나에게 부탁한다. 여러 여성들의 뒷머리가 보이는 뒤에서 보면, 아내의 머리가 늘 단정하게 보였고, 물론 아내도 미용원에 가지만 필요할 때 수시로 내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30대에 시작된 가난한 유학생활 할 때 이발비용을 줄이려고 시작한 내 머리 내가 깎는 버릇이 여든 넘어 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발사들의 따끈따끈한 동네 소식과 시원하게 머리를 감겨주는 이발관의 서비스, 아쉽지 않아?” 물론 아쉽다.       살며 배우며 버릇 오하이오 전속 이발관 전속 이발사인 30대의 버릇

2021-11-26

[살며 배우며] 브로콜리 김치

“오 야, 점심식사에 좋아하는 반찬이 나왔네!” “브로콜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슈퍼 푸드잖아요?” “브로콜리를 어떻게 하면 자주 먹을 수 있을까요?” 점심 식사를 하며 옆 사람들이 말했다. 교회의 시니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며 하는 말이었다.       Time 잡지가 슈퍼푸드10개 속에 브로콜리를 포함해서 발표한 뒤에 브로콜리가 좋은 식품이라는 것이 더 넓게 알려진 것 같고, 우리 점심식탁에서 거론 될 정도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먹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 같다. 나도 브로콜리에 관심이 많아, 브로콜리 김치와, 브로콜리 비빔 오트밀 만들어 먹는 방법을 소개했다.     왜 브로콜리가 건강식품인가? 정보를 간추리면 비타민 C 가 풍부해 우리 몸에 활성 산소를 중화하여 늙음을 느리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 병을 예방하는 점이다. 그 외 비타민 A, E, 베타카로틴, 무기질, 엽산, 칼륨, 철분이 있고, 암 예방, 콜레스트롤 감소, 염증 감소, 뼈 건강 증진, 심장 건강 증진, 비만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브로콜리를 어떻게 먹는 게 좋은가? 답은 간단하다. 매일 적당한 양을 자주 먹으면 좋다. 푹 삶거나 끓이면 채소 속의 비타민이 손상되니 살짝 데치거나, 살짝 쪄서 먹거나 생으로 먹으면 좋다.     나는 매일 아침에 브로콜리와 케일 그린을 먹는다. 케일도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먹을 때 마다 채소를 준비하려면 신선한 채소 보관도 어렵고, 다듬고 씻는 일이 귀찮다. 일주일 분을 한번에 준비했다가 먹으면 값도 싸고 편하다.     브로콜리와 케일 일주일 분을 사다가 씻어서, 잘게 썬다. 썬 채소를 그릇에 담아 다시 씻고, 물을 채우고 소금을 넣어 하루나 반나절쯤 절인다. 소금에 절인 채소를 물을 빼고 헹구어 조리에 받쳐 물을 뺀 겉절이가 되어 부피가 준 채소를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한다.     보관된 통에서 먹을 만치 접시에 담고, 토마도 케첩을 비비면, 내 입맛에 맞는 브로콜리 김치가 된다. 기호에 따라, 된장, 고추장, 새우젓, 간장을 대신 할 수도 있고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를 첨가할 수도 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아침식사로 오트밀을 만들어 먹었다. 3분 전자레인지에 쿡 한 적은 양의 오트밀에, 브로콜리와 케일 썬 것을 적당히 넣고, 피망도 썰어서 넣고, 삶은 겨란 한 개, 호두와 아몬드, 썬 사과 반쪽, 당근 몇 조각, 강항가루 조금, 토마토 케첩, 포도 씨 기름 몇 방울을 넣어 비빈다. 브로컬리 비빔 오트밀은 균형 잡힌 영양식이며, 내 입에 맞고 내가 마련한 최고의 나의 아침 식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완전하진 않아 앞으로 새 정보가 나오면 개선될 것이다.       “와, 그거 복잡해, 너무 복잡해!” 브로콜리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교회 시니어 프로그램 점심 식사 때, 내가 만들어 먹는 설명을 들은 한 분이 손사래 치며 복잡하다고 했다. 맞다. 복잡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오트밀을 아침으로 만들어 먹으며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가니, 미리 장을 보아 준비하는 나에게는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오트밀이 아닌 밥이나 죽을 먹는 분들도, 준비된 슈퍼 헬스 푸드인 브로콜리를 넣고 비빔밥이나 브로콜리 죽을 만들면 된다. 호두, 아몬드, 사과, 당근을 빼고, 토마토 케첩 대신 고추장을 넣어도 되고, 포도 씨 유 대신 참기름이나, 들기름 혹은 올리브 유를 넣어도 된다. 강황가루 대신 카레 가루를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된다.     새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된 슈퍼푸드가 나와도 어떤 사람들은 익숙한 오랜 음식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 중에 건강의 위기를 만나 전문가의 권유로 바꾸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내가 참가한 시니어 프로그램 점심 식사에 모인 사람들처럼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 하는 사람들도 있다.     Time 지가 2019년 까지 알려지고 검증된 건강 식품 10을 슈퍼푸드 라고 발표한 식품들은 브로콜리, 귀리(오트밀의 오트), 아몬드, 토마토, 마늘, 시금치, 녹차, 불루배리, 적 포도주, 연어이다. 다른 많은 학자들도 10 슈퍼푸드를 발표했는데, 브로콜리와 귀리는 어디든지 포함되었다.       살며 배우며 브로콜리 김치 브로콜리 김치 브로콜리 비빔 채소 보관도

2021-11-19

[살며 배우며] 산에 먼저 찾아온 가을

주말에 동네 공원을 걷는 몇 가정이 11월 6일 토요일 브래스타운 볼드(Brasstown Bald)와 보겔 주립공원(Vogel State Park)을 다녀왔다. 둘루스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운전거리에 있는, 조지아에서 가장 높은 산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 아득한 지평선도 보았고, 장엄한 단풍과 더불어 산에 먼저 찾아온 가을을 만나보았다.       Brasstown Bald 전망대를 차를 타고 올라가는 가파른 길가에 숲은 단풍으로 가을을 장식했다. 전망대 건물이 보이는 주차장엔 수많은 차들이 이미 주차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숲길을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 일행은 표를 사서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조지아에서 가장 높은 해발 4,784 피트 산정에 목조 건물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 위에서 사람들이 사방팔방 360도를 돌며 멀리 보이는 계곡과 들판과 산들을 넘어 4개의 주 (테네시, 남 북 케로라이나, 조지아주)를 찾아보며, 계곡과 들판과 산들을 넘어 아득한 지평선을 바라보고 감동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계곡과 계곡 사이엔 작은 마을도 작은 호수도 보이고, 산봉우리들이 아득히 멀어 작은 파도가 되고, 파도가 이어져 지평선이 되었다. 지평선 한 쪽 끝을 따라 한 바퀴 돌면서 보니, 지평선은 한 줄로 이어져 둥근 원이 되었다. 지평선을 따라 한 바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내 눈에도 보였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가까운 숲과 산은 단풍이다. 산봉우리가 연결하여 만든 지평선, 아니 원을 이룬 곡선이 기억 속에 그림으로 남는다.     “와 기다리는 차들을 봐, 끝이 없네. 우리가 일찍 오길 잘했네!” 우리가 산을 내려올 때, 안으로 들어 가려고 매표소에서부터 꾸불꾸불 아래까지 이어진 차들의 행렬을 보며 모두 중얼거렸다.     다음 목적지인 Vogel 주립 공원에 오니, 계곡과 산들이 붉은색 단풍으로 장엄하다. 주차장엔 차들이 꽉 차고, 공터에 몰려 노는 애들의 웃음 소리가 맑고, 쉘터와 풀밭에 자리를 깔고 사람들은 불을 피우고, 식사를 했다. 공원 주위에는 캠핑자리, 피크닉 장소, 카테지, 그룹 쉘터, 매점과 공원 사무실이 있다.   우리도 한 쉘터를 잡아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끓는 물을 즉석떡국 컵에 붓고, 준비해온 즉석 밥과 즉석 라면도 떡국에 섞어 점심을 먹었다. 모두들 맛있다고 했다. 부부가 의사로 은퇴하고, 지난 여름 동안 미국 유명장소들을 캠핑차로 여행을 하며 익힌 간편 식사법을 우리에게 경험케 했다. 물론 반찬과 과일과 음료도 나왔다.     “닥터 김, 플라스틱 쓰레기를 왜 봉지에 모아요?” 누가 물었다. “집에 가져가서 리사이클에 보내려고요.” “저 양반은 여름 여행 할 때도 유리는 유리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분리해서 처리했어요.” 부인이 말했다. “쓰레기 수거하는 관청에서, 유리병이나 유리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으라고 하는데, 유리 쓰레기는 모아서 저를 주세요. 우리 집에 모았다가 제가 처분 장에 갔다 줘서 리사이클 하게요.”    전에 그가 우리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어떤 주에서는 리사이클을 강조하는데, 조지아는 느슨해서 자신만이라도 한다고. 플라스틱 쓰레기 공해가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공해를 다 같이 받아도 모두들 무관심하지만, 다행하게도 닥터 김 같은 분들이 우리 가운데 늘어나고 있다.   점심을 먹고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곰을 주의 하세요”, 하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걸렸고, 여기저기 선 쓰레기 통은 곰이 접근 할 수 없게 쇠통으로 디자인되었다.     붉은 산의 영상이 호수 표면에서 찰랑이며 반짝인다. 호수 건너 앞산을 보니 붉은 단풍으로 단장한 산 전체가 봉긋한 무덤 모양이다. 산 속에 곰들과 수많은 동물들이 살고, 산의 식물들이 동물들을 먹여 살리니, 산은 동물들을 먹여 살리는 엄마의 풍만한 젖 가슴 같고, 봉우리는 붉은 단풍으로 부드럽고 곱게 채색되었다.     “단풍들을 보니 하나님의 위대함이 느껴져요. 무궁한 세월 속에 산천 초목을 시절 쫓아 꽃피우고, 열매 맺고, 씨 뿌리고, 키우시고 그 속에 동물들도 먹이시고, 단풍으로 고운 산을 보니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은혜가 감사하게 느껴져요.”  키 큰 단풍나무 동굴 같은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숙씨가 말했다.  “교회에서 말하시는 하나님 보다, 자연을 기르시며 단풍으로 가을을 준비하시며 말이 없으신 하나님이 내 영혼에 안식을 주시며 더 감동을 주시네요.”  “그러니까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  “풍성한 단풍이 일상에 매인 우물 안 개구리인 우리에게 자연의 은혜를 감동케 하고, 철학자 같이 생각하게 하네!”  그런 말들이 섞였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살며 배우며 가을 오하이오 플라스틱 쓰레기 유리 쓰레기 전망대 건물

2021-11-12

[살며 배우며] 단풍 구경

  11월 1일 월요 등산대원들이 Black Rock Mountain State Park으로 단풍구경을 갔다. 둘루스에서 한 시간 반 운전 거리, 30여명이 8대 차에 나눠 타고 9시에 떠났다. 8대의 차는 순서를 정하여 일렬로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중간에 다른 차가 끼어들면, 앞차가 속도를 줄이고 깜박등을 켜니 중간에 끼었던 차가 떠났다.     달리는 85 하이웨이 가장자리로 늘어선 숲과 나무들이 찬란한 가을 아침 햇빛에 선명하게 빛나고 누런 단풍들이 가을을 보여주었다. 우리 부부가 탄 차의 운전 수가 노래를 시작한다: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초등학교 시절에 부르던 가을 노래, 나도 따라 불렀다. 차의 뒷자리에서 끝없이 이야기하던 두 여자도, 이야기를 멈추고 어려서 부르던 가을 노래를 나직이 따라 부르며 추억을 상기하는 모양이었다.      “와, 산으로 높이 올라가니 단풍이 곱게 들었네!” 하는 운전사의 외침에 산 중턱을 오르는 차창을 내다보니 단풍들이 찬란했다. “와, 저 햇빛을 등진 단풍잎을 봐, 가을을 맞으려고 알록달록 연지곤지 찍은 새 각시 같네!” “와 산에 높이 오를수록 단풍이 너무 곱네!” “높을수록 더 기온이 떨어지니 단풍이 더 일찍 드나 봐.” 그런 소리들이 나왔다.       목적지 공원 산꼭대기에 도착하여 쉘터 옆 주차장에 주차하고 사람들은 차에서 나오자마자 확 트인 전망에 와! 소리쳤다. 해발 1,110 미터의 고지에 서서 멀리 보이는 햇빛 쏟아지는 산들이며 들판과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노랗고 빨간 색깔로 덮은 넓은 산등성이 아득한 끝자락엔 불루-리지 산맥의 먼 산들이 철썩 이는 파도 같이 작아져서 지평선을 이루었다. 많은 미국사람도 검은 바위 위에 서서 단풍 든 산들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사진도 찍었다.       울긋불긋 단풍 든 산등성 골짜기에 작은 마을의 집들이 성냥갑 보다 적게 보인다. 사람도 곰도 사슴도 살쾡이도 다람쥐도 수많은 새와 동물들도 드넓은 산속에서 서로 먹이 사슬에 얽혀 살아간다. 차에서 내릴 때 우리도 모르게 “와!” 하고 감탄한 이유는, 매일 살아가는 일상의 작은 일들에만 매달렸던 시선이 넓은 세상, 생명체의 의지를 넘어 큰 자연, 초월적인 것을 느끼는 순간 감사의 환호가 아닐까?      점심 식사 전 모두 공원의 숲길을 걸었다. 숲길로 들어서니 길가로 늘어선 단풍들이 눈길을 끈다. 숲속 그늘의 작은 나무도 단풍잎을 흔들며 우리를 맞았다. 낙엽들이 산길을 푹신하게 쿠션을 만든다.      식사 당번들은 산길 걷지 않고 고기들을 굽고 여러 가정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탁자 위에 준비했다. “와, 세상에 어느 쉐프의 음식보다 더 맛있네!” “음식에 정성도 들어갔지만, 찬란한 단풍 속에서 먹으니 맛이 더하지 않을까요?” 감탄의 소리를 냈다.      점심식사 후엔 여성들의 라인 댄싱이 있었다. 햇빛 드는 쉘터 자리에 탁자들을 치우고 빈 콘크리트 자리에 서서 여자들이 핸드폰에서 나오는 ‘어부바 부리 부비바 내 사랑 나의 어부바’ 노래에 맞추어 율동하며 라인 댄싱을 신나게 했다. 부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      “이제부터 오징어 게임을 시작하겠으니 모두 여기 선 밖에 서세요.” 총무가 인도했다.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였다. 그는 저만큼 앞에서 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뒤를 돌아보며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적해서 탈퇴시켰다.    무궁화 게임에서 생존자는 3개의 유리구슬을 받았다. 일 미터 떨어진 콘크리트 바닥에 그려놓은 동그라미 속에 구슬을 굴려서 넣는 구슬치기가 두 번째 게임이었다. 오, 와, 오오, 신음 속에 와 하고 성공시킨 환호 소리도 들렸다.      구슬치기에서 성공한 6명의 선수가, 이번엔 딱지치기를 했다. 종이 딱지를 쳐서 땅에 있는 딱지를 뒤집는 게임을 했다. 딱지치기에서 최후 승자에게 주어진 상품은 회원 모두에게 한 병씩 줄 음료수였다. 아득한 옛날 즐겼던 게임을 엮은 오징어 게임을 하며 추억도 살리고 신나게 게임을 하고 응원하는 모두의 얼굴은 건강한 웃음으로 단풍처럼 빛났다.     가을은 어김없이 어디에나 오지만, 찬란한 단풍들로 장식한 산자락 공원에서의 하루는 감격의 일탈이었고, 옛 추억을 살려 새로운 추억 한 켜를 만들었고, 자연에 대한 감사와 은혜를 가슴으로 느꼈고, 우리들 우정이라는 나무에 한 겹의 나이테를 키웠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살며 배우며 단풍 구경 무궁화 게임 가을 노래 오징어 게임

2021-11-05

[살며 배우며] 비행기 탑승 모습의 변화

1998년 8월 16일, L.A. 공항 아시아나 항공 개찰구 앞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날아가는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려고 수많은 사람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외국 사람들도 보이기는 했지만,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었다. 여름 휴가철이라서 관광객들로 미국에 왔다가 귀국하는 분들도 있었다. 우리 부부는 십 년 만에 한국방문 길이었다.      “여러분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먼저 비즈니스석을 타시는 분들은 게이트로 나오십시오.” 드디어 비행기 탑승 안내방송이 있었다. 사람들이 개찰구 쪽으로 움직였다. “다음은 어린이와 병약자를 먼저 모시겠습니다. 어린애와 같이 가시는 분, 몸이 불편한 분은 먼저 개찰구로 나오십시오.”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한 사람씩 빠져나가게 된 개찰구 앞에는 사람들이 이중 삼중으로 둘러서서 만든 장벽 뒤에서 할머니를 부축한 젊은 여자가 길을 내 달라고 쩔쩔매고 있었다.     그 심각성은 내 차례가 와서야 절실했다. 중간좌석에 배당된 우리 부부의좌석 번호가 탑승하라는 소리를 듣고 개찰구로 나갔다. 개찰구를 막아선 사람들의 등이 담벼락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여러분 다 타십니다. 누구나 다 타요. 좌석은 이미 배정되었어요. 그러니 좀 뒤로 물러서서 입구를 터 주셔요. 입구를 터 주셔야 사람들이 들어올 것 아닙니까!” 개찰 원은 구슬땀을 흘리며 누구나 다 탄다고 설득하고 있었다. 둘러선 중 장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불만스런 얼굴, 화난 얼굴로 물러서지 않았다.     1960년 1월 설을 맞으려귀향객들이 서울역에서 먼저 열차를 타려고 밀고 밀리며 계단을 내려오다 밀치고 넘어진 사람들, 31명이 밑에 깔려 죽은 사건이 생각났다. 서울발 목포 행 완행열차였다. 31명이 깔려서 죽고 41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었다.     1975년에도 추석 명절을 고향에서 쉬려고 귀성객들이 용산 역에 개찰구를 지나 먼저 기차 내의 자리를 잡으려고 빨리 뛰며 밀고 밀치다가 넘어진 사람 위로 사람들이 또 넘어지는 바람에 4명이 죽고 50여명이 중 경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 용산 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였다. 물론 정부에서 죽은 사람들 장례와 다친 사람들 치료비를 물어 주었다.     교통부에서는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누구든 먼저 자리를 잡으면 앉아서 긴 여행을 하고 자리를 못 잡으면 서서 온종일 가야 하니 누구나 빨리 가서 자리를 잡아야 했던 환경, 그 환경은 오래전부터 그때까지 계속된 것이고 사람들은 반복된 경험에서 배운 대로 행동했다. 교통부는 승객 수에 맞게 배차하고, 좌석표제도 실시하고, 승차 절차도 관리했다.     2006년에 우리 부부는 8년 만에 한국에 가려고 시카고 공항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대한항공을 타려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이고 중 장년들이었다. 비행기 탑승을 시작한다고 안내원이 부르는 번호를 따라 한 줄로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터미널 좌석에 앉아서 자기들의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998년의 탑승 경험에 비하면 질서가 정연한 문명국 사람들이었다.     불과 8년 사이에 어떻게 한국 사람들은,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그렇게 빨리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는가 존경심이 일었다. “여러분 다 타십니다. 누구나 다 타요. 좌석은 이미 배정되었어요. 그러니 좀 뒤로 물러서서 입구를 터 주셔요. 입구를 터 주셔야 사람들이 들어올 것 아닙니까!” 울부짖던 8년 전 공항 입구 안내원의 모습은 빨리 지나간 옛 추억 속에만 있다. 지금은 어느 공항에서도 그런 모습은 볼 수 없다.     환경은 변하고 변하는 환경에 적응 못 하는 생물은 도태되고 적응하는 생물만이 생존한다는 학설이 있다. 버스고, 기차고, 야외 음악회고, 먼저 가야 자리를 잡으며 긴 세월을 살아온 나이가 든 한국 사람들이 보였던 1998년의 여객기 탑승 모습이 불과 8년 만에 일등국민의 탑승 모습을 보여 준 것은 나에게 너무 신선한 경험이었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급성장했고 자고 일어나면 변한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 그들이 만든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빨리 변하는 세상에 빨리 적응하며 여기까지 온 대한민국 사람들 대단하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살며 배우며 비행기 탑승 비행기 탑승 탑승 경험 여객기 탑승

2021-10-29

[살며 배우며] 제비꽃

  내 방 남향창문 앞 책상 위 제비꽃 화분에는 진보라 제비꽃들이 피어있다. 원줄기가 없고 뿌리에서 솟아오른 가느다란 꽃줄기 끝에 진보라 꽃이 피었다. 여러 장의 진보라 꽃들 한가운데 노란 꽃술이 있다. 진보라 제비꽃들을 가운데 두고 검푸른 잎사귀들이 아기 얼굴 받혀주는 여러 손바닥처럼 꽃을 받들고 있다. 뿌리에서 솟아오른 잎줄기 달린 타원형의 잎사귀들이 가운데 꽃들을 받들고 있다.        제비꽃은 몇 년째 같은 화분에서 살며, 제비꽃이 지고 나면 조금 후에 다시 꽃이 피고, 다시 꽃이 피어, 일 년에도 몇 번씩 계속 핀다. 아마도 방안의 온도가 일 년 내내 거의 일정한대다가 이곳 조지아의 겨울이 춥지도 않아 겨울에도 남향창문을 통해서 햇빛을 받는 시간이 길어서인 것 같다.      충청도 산골에서 중학교까지 살며 이른 봄 들과 산 양지바른 구석에서 제비꽃과 친했다. 철새인 제비가 봄이 되어 돌아올 때쯤이면 빈 들에도 봄을 알리는 첫 소식으로 제비꽃이 웃었다. 땅에서 솟은 이빨 쑤시게 같이 가느다란 줄기 끝에 자주색 꽃 한 송이가 고개를 옆으로 들고 나를 보면 웃었고, 그런 꽃송이들이 한 포기에 여러 개가 고개를 들고 옆을 바라보는 제비꽃, 그것은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는 소식이었고, 새싹들이 돋아나는 들판에서 눈길을 끄는 삼빡한 귀여운 인사였고, 죽었던 들판이 다시 살아나는 희망이었다.      난리 직후 고등학생 때 서울에 와서 대현동에서 사촌들과 바로 이웃이 되어 살며, 우리는 사촌 형제로서의 친근한 경험을 난생처음으로 만들어 갈 때, 사촌 동생과이른 봄에 와우산과 인왕산을 쏘다니며 제비꽃을 보고 귀여운 사촌 누이동생금순이 같다며 반가워했던 추억이 있다.     제비가 돌아오는 이른 봄에 피는 꽃이라 제비꽃이라고도 불리고, 옛날 춘궁기면 중국 오랑캐들이 침범해서 양식을 약탈하는 계절에 핀다고 오랑캐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나라 꽃, 나 같은 촌 아이가 좋아했던 작은 풀꽃이, 알고 보니, 세계 각국에도 다양하게 퍼져있고 제비꽃에 대한 신화와 시와 노래도 많음을 늦게야 알았다.     제비꽃에 대한 많은 시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이해인 시인의 ‘제비꽃 연가’를 소개한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 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 드리는/ 사랑 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 위해 어둠 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 오는 날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 주십시오.    제비꽃에 얽힌 많은 신화 중에 그리스 신화 하나를 소개한다. ‘이아’라는 이름의 예쁜 소녀와 ‘아티스’라는 양치기 목동은 사랑에 빠졌다. 양치기 목동을 귀여워한 미의 여신 비너스가 아들 큐피드에게 화살을 쏘게 했다. 소녀에겐 사랑의 화살을, 목동에게 사랑을 잊는 납 화살을 쏘게 했다. 소녀는 목동을 찾아가도 또 찾아가도 목동은 납처럼 냉담했다. 목동만을 사랑하며 괴로워하던 소녀는 그리움만 가슴에 안고 죽었다. 비너스는 소녀를 제비꽃으로 만들었다. 소녀 이름을 딴 꽃 이름 ‘이오’ 가 그리스어로는 비올라, 유럽에서는 바이올렛으로 불린다.      내방의 제비꽃 분은 몇 년 사이에 없던 줄기가 손톱만큼 생기고 줄기 곁에서 새로 꽃줄기와 잎줄기가 생겨, 그것들을 잘라 다른 화분에 심었더니, 독립된 제비꽃으로 잘 자랐다. 줄기 달린 잎을 잘라 젖은 화분 흙에 꽂아두거나 물컵에 넣어 한두 달 두면 뿌리가 나서 새 식물이 된다고 한다. 배양토를 사다가 써서 그런지 거름이나 비료는 전혀 쓰지 않아도 물만 주면 제비꽃은 잘 자란다.      겸손과 성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진보라 제비꽃을 기르며 매일 가까이서 보니, 방 안 공기 중에 산소와 습도도 공급하고, 이해인의 시처럼, 헤프지 않은 웃음도 주고, 감추어진 향기도 나며, 작은 꽃이지만 큰 기쁨도 주며, 비 오는 날에는 신비한 삶의 찬가를 들려준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살며 배우며 제비꽃 오하이오 제비꽃 화분 제비꽃 연가 제비꽃 그것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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